HOME > 건설·교통 관련콘텐츠 > 세계 최고의 하이테크 건축가 '노먼 포스터'
 
과연 노먼 포스터를 모르는 건축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보통 안목이 아닌 스티브 잡스의 취향까지 만족시켰다는 애플 사옥의 설계도면을 그렸고, 건축가인데도 불구하고 런던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빨간색 더블데크 버스 '루트마스터(Routemaster)'의 디자인 현상 공모에서 1위를 차지하였으며, 노동자 계층에서 태어났음에도 건축 하나로 기사 작위에 이어 남작 작위까지 받아낸 건축가인 그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 시대의 인물이자 최고의 대표 건축가라고 할 수 있다. 남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기술과 예술을 절묘하게 접목시켜 온 그의 건축만이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
졸업 이후 2년 동안 회계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노먼 포스터는 상거래법을 공부하면서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1956년 영국 공군에서 제대한 그는 1961년에 맨체스터 대학교에 들어가 건축과 도시설계를 복수 전공하면서부터 건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예일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후일의 파트너인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를 만났다. 그리고 1963년, 로저스와 그의 아내인 수 로저스(Sue Rogers), 웬디 치즈먼(Wendy Cheseman)과 함께 'TEAM4'를 결성했다. 그들은 내부에 숨겨져 있던 건축 구조나 뼈대 부분을 겉으로 드러내는 방식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유명해졌고 이는 차츰 그들이 설계하는 건축물의 주요 특징이 되어갔다. 그렇게 이들은 하이테크 산업 디자인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 동안 큰 명성을 쌓게 되었다.
TEAM4가 해체된 후, 1967년 포스터와 웬디 치즈먼은 '포스터 연합'을 설립하고 1968년부터 미국인 건축가 버크 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와 협력하게 되었다. 그는 이 팀을 통해 사뮈엘 베케트의 극장 프로젝트를 포함한 친환경적 디자인의 발전에 촉매가 될 만한 여러 작품들을 선보였다. '포스터 연합'은 이후 대표적인 영국의 건축설계회사 중 하나인 '포스터와 파트너들(Foster and Partners)'로 사명을 바꾸었다. 이 설계회사는 유리-강철제 건축물을 많이 설계하였고 이를 통해 공항 디자인에서 특히 유명세를 얻었다.
노먼 포스터를 설명하면서 빠질 수 없는 단어, 하이테크 건축은 당대의 최신 기술과 재료를 건축 디자인과 결합해 표현하는 양식을 말한다. 그래서 하이테크 건축물은 유리 및 철,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 재료를 사용해 구조와 설비를 노출하는 기계 미학을 드러낸다. 노먼 포스터는 건축을 함에 있어 건축적 디자인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을 이용한 구조와 설비, 전자 시스템까지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으로, 인간이 건축물의 설비를 통제하는 것에 더해, 자연적인 환기와 통풍 시스템을 건물 안에 고안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쾌적함을 높이는 친환경 건축이 바로 노먼 포스터가 추구하는 바다. 자연광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축물의 외벽에 유리를 사용하며 밝은 공간을 만들고,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온도 상승과 직사광선과 같은 문제는 기술적으로 센서나 패널을 이용해 보완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먼 포스터는 생태학적인 철학을 가지고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시도하는 건축가라고 할 수 있다.
노먼 포스터의 손을 거치면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공학과 기술이 만나 구조적으로 대담하면서도 효율적인 기능을 놓치지 않은 멋진 작품이 탄생한다. 또한 그는 최신 기술과 재료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예술적 감성을 건축물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키곤 한다. 이 때문에 그가 디자인한 건물은 언제나 기술과 예술의 적절한 조화를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단순하고 합리적인 건물 형태에다 인간과 자연을 조화시키는 환경친화적 건축 철학까지 추구한다. 그는 기술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자연을 보호하는 도구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공간을 창출하는 노먼 포스터표 건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대영박물관의 그레이트 홀, 홍콩의 상하이 은행 본부, 미국 보스턴 미술관, 뉴욕의 허스트 타워, 런던의 밀레니엄 브리지와 거킨 빌딩, 런던 시청, 스페인 빌바오 지하철역 등이 바로 그의 남다른 건축세계가 반영된 건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처럼 단순함의 미학은 유지하되 기술적인 부분을 놓지 않은 과학적인 구조방식과 과감한 그만의 도전정신은 오늘날의 노먼 포스터표 건축세계를 이룬 일등공신이다.
6년간 10억 달러를 들여 지어진 홍콩상하이은행은 다리를 만드는 구조적 원리와 같은 원리로 지어졌다. 이 건축물의 바닥은 몇 개 층씩 구분되어 몇 개의 큰 포스트에 매달려 있는데 이러한 구조가 1층 부분을 기둥 없이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결과적으로 건물이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에 있는 시민들은 전혀 불편함 없이 건물이 있는 대지를 통과해서 오갈 수 있게 만들었다.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면 출입하기 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당시 그 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놓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렇게 지은 이유는 동양의 풍수지리에 근거해서 홍콩의 혈을 막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또 이 건축물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빌딩의 중간층에 컴퓨터에 의해 조작되는 태양 반사판이다. 이 반사판은 태양의 운행 궤적에 맞춰서 움직이게 되고 빌딩 내부에 있는 반사판을 통해 건물의 아래층까지 자연 채광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빛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은 남다른 과학기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 건물이 완성된 이후 전 세계의 많은 건축가들이 이 건물을 보기 위해 견학을 왔고, 이후 일본에서도 인텔리젠트 빌딩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런던 시청은 영국 런던 템즈 강변, 타워브리지 옆에 자리 잡고 있으며 높이 45m, 총 10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건물의 별명은 유리달걀(The Glass Egg)인데, 이처럼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 시공될 수 있었던 건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애니메이션 덕분이다.
이 건축물은 남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들어 직사광선은 피하고, 자연적으로 그늘이 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둥근 모양이기 때문에, 사각형 건물에 비해 유지관리비용이 절감되는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물이다. 건물을 패널 아래쪽에는 단열판을 설치해 열손실을 줄인 것도 에너지를 절약하게끔 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창문을 통해 자연 환기를 유도함으로써 냉각기 가동을 줄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냉방은 두 개의 홀에서 나오는 냉수를 이용하는데 이것은 다시 화장실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 덕분에, 실제로 런던 시청의 에너지 소비는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과 비교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거킨 빌딩은 런던 특유의 유서 깊은 역사와 함께 고풍스러운 오래된 건축물과 같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21세기적 변모를 꾀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높이 180m, 41층인 이 건물은 2004년 준공 당시 변화를 두려워하는 수많은 반대의 목소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곧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이뤄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건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기존의 사각형 건물이 바람의 방향이 보행자 쪽으로 이동하면서 보행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데에 비해, 거킨 빌딩의 우뚝 솟은 타원 형태는 바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여 보행자 편의를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한편, 거킨 빌딩의 외벽은 사선의 철골 기둥과 다이아몬드 형태의 이중유리로 설계됨으로써 여름에는 외부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이중유리 외벽 속의 공기가 단열재로 작용하게 돼 높은 온도를 얻을 수 있다. 이 획기적인 설계는 일반 건축물에 비해 40% 정도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낸다. 그리고 건물의 벽면이 유리로 구성됨으로써 건물이 주로 이용되는 주간 시간에는 별도의 조명을 필요로 하지 않아 추가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도 있다.
허스트 타워는 70년도 전에 건축되었던 건물로, 1930년 대공황으로 인해 6층까지만 지어져 있었다가 이후 노먼 포스터의 설계로 완공된 것이다. 허스트 미디어그룹의 사옥인 이 건물 역시 친환경을 추구하는 노먼 포스터의 건축 철학을 담아 환경 친화적인 요소가 곳곳에 담겼다. 우선, 건축자재로 쓰인 철의 90%가 재활용된 철로 지어졌으며, 지붕에 모아진 빗물을 건물의 온도 조절에 활용하고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렇게 외관과 친환경적 요소까지 갖춘 타워는 2006년, 세계 최고의 Skyscaraper로 선정되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이테크 건축(high-tech architecture)분야의 근거지가 영국이라고 한다면 그 중심에 노먼포스터가 있다. 포스터는 최신 기술과 재료를 사용하는 동시에 예술적 감성을 성공적으로 접목시켰으며 친환경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늘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포스터는 특정 시기를 넘어 오랫동안 꾸준하게 사랑받는 전무후무한 건축가가 되었다. 이것이 여전히 전 세계를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그의 행보를 앞으로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