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건설·교통 관련콘텐츠 > 탄소제로를 꿈꾸는 도시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
 
 
매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60억 톤이다. 자동차 수만 11억 1천4백만 대이고 쓰레기 배출량은 7억 5천만 톤이다. 세계 각국의 화려한 도시들은 모두 탄소와 자동차,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구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구는 머지않아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탄소배출권' 제도를 실시 중이고 우리나라 역시 참여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전 세계가 탄소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 속에 깜짝 놀랄만한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제로를 꿈꾸는 도시가 등장한 것이다. 그 도시가 바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가 건설 중인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다. 석유 부유국인 UAE는 석유가 고갈된 이후를 대비해 지난 2008년 2월, 아부다비 인근의 6㎢ 부지(여의도 면적의 3/4 정도 크기)에 5만 명의 거주자와 1,500개의 기업을 수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신도시인 마스다르 시티 건설에 착수했으며 오는 2020년 경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1) 마스다르 시티의 목표는 도시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폐기물 발생을 제로화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신재생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탄소제로의 친환경 도시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마스다르'는 아라비아말로 원천(Source)이라는 뜻으로, 지속 가능한 천연 에너지를 활용해 '세 가지'가 없는 청정 도시를 건설코자 한다. 마스다르 시티에 없는 세 가지란 무엇을 말할까? 첫 번째, 마스다르 시티에는 '탄소 배출'이 없다. 마스다르 시티는 거대한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석유와 가스 같은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에너지를 도시에 공급하고 있다. 모든 건물 지붕에는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는데, 태양광 발전소와 별도로 130Mw의 태양열 발전을 생산한다. 풍력발전소는 도시 외곽에서 20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지열발전소와 세계 최대의 수소발전소도 계획 중에 있다.

두 번째로 마스다르에 없는 것은 '자동차'다. 방문객도 이 도시에서는 자동차 운행을 할 수 없다. 이 도시에 들어가려면 도시 북단에 있는 대규모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타고 이 도시를 다닐 수 있을까? 이곳의 대중교통수단은 근거리 이동용 자율 주행 무인자동차인 PRT(Personal Rapid Transit, 소형 무인 궤도차)다. 아쉬운 것은 도시 전체의 대중교통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PRT를 도시 전체에서 사용하려면 건물들 아래로 PRT가 다닐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도시 전체에 6m 높이의 기둥과 외벽을 세운 후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이 방식은 엄청난 재정을 요하므로 결국 도시 중심부의 약 0.8㎢ 정도만 PRT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구역은 지하로 다니는 경전철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PRT와 경전철 모두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연료로 자기장 원리를 이용해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이 도시에 없는 것은 바로 '쓰레기'다. 생물학적 쓰레기는 분해해 비료로 사용하고, 플라스틱과 금속 등의 산업 쓰레기는 타 용도로 재활용된다. 기타 쓰레기는 소각을 통해 연료로 사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탄소 배출량을 12%나 감축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시청 앞 대형 스크린에 쓰레기 처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시민들과 쓰레기 줄이기 참여를 촉구한다. 마스다르 시티의 에너지 공급계획은 태양광발전(42%)을 주축으로 태양열온수(15%), 태양열발전(5%)이 보조하는 식인데 여기서 폐기물발전이 전체 에너지 공급계획의 8% 정도를 담당할 전망이다.
 
마스다르 시티의 건물들은 기본적으로 적당히 그늘이 생기게 배치해 뜨거운 중동의 태양 아래에서도 에어컨 없이 야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자체는 물론 건물과 건물 사이에도 최대한 그늘이 드리워지도록 세심하게 건물들을 배치한 것이다. 그 결과 마스다르 시티는 아부다비 중심가보다 시원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또 마스다르의 건물들은 설계에 있어서 전통적인 아랍 도시의 특징을 차용했다. 시리아의 고성 알레포(Alepo)와 예멘의 시밤(Shibam)에 있는 벽돌 공동주택을 모델로 해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단열 방식의 장점을 살렸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골목길을 형성해 도시 구석구석에 미풍이 불 수 있도록 했다.
마스다르 시티 중앙에 거다란 바람탑이 있다. 폭 6m 정도에 5층 건물 높이의 타워인데 자연 바람을 이용해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도시 상공을 지나는 차가운 바람을 붙잡아 광장으로 내려보내는 자연 선풍기인 것. 이 타워로 인해 마스다르 시티의 지면에는 산들바람이 끊이지 않는다. 특이한 것은 이 윈드타워가 현대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아부다비가 석유로 부유국이 되지 전부터 사용했던 기술로 페르시아에서 발명된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지금의 윈드타워가 조금 더 업그레이드되었다면 전통적 바람 탑에 컴퓨터로 제어되는 통풍 패널(Louver)을 부착한 것과 물 분사 장치로 바람의 온도를 더 낮출 수 있게 한 것이다.
도시에서 160km 떨어진 곳에 건설된 이 발전소는 축구장 경기만 한 길이에 폭은 6m 정도 되는 반원형 반사경이 192개 줄지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각 반사경의 중심에는 열전도율이 뛰어난 유리 클래드(glass clad) 소재로 표면 처리된 쇠 파이프가 지나고 있고 그 속에 오일이 흐른다. 펌프가 5분당 1캘런(3.78리터) 정도의 오일을 순환시키는데 반사경을 지나는 동안 390도까지 가열된다. 오일을 한 곳으로 모은 다음, 오일의 열에너지로 물을 고온 증기로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메커니즘이다.
 
사실 이곳은 한낮에 기온이 50℃까지 올라가고 물은 꼭 탈염 처리를 해야 하는 척박한 곳이자, 사람이 살기엔 매우 열악한 곳이다. 실제로 마스다르 시티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마스다르 시티는 애초에 태양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지하수의 염분을 제거, 담수화하려 했다. 그런데 막상 지하수를 검사해보니 페르시아만 바닷물의 염도가 3배나 높았던 것이다. 탈염 공정에 예상보다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마스다르 시티는 물 사용량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물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에는 태양열광전지 모듈에 엄청난 모래폭풍(1,500~2,000ppm)이 덮치면서 가동 중인 태양전지의 효율을 갑자기 40% 이하로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광전지판을 씻어내야 했다. 하지만 향후에도 모래폭풍이 언제든 올 수 있는 만큼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에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은 마스다르 시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기 때문이다. 부유한 중동의 한 나라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 각국의 이목이 이 도시에 쏠려있고, 각국의 첨단 기술이 이 도시에 모여들어 그 성공 여부를 시험 중이다. 사막의 황무지에 과연 싱그러운 장미꽃들이 자라날 수 있을까?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찾아 진화 중인 도시, 마스다르 시티가 미래 도시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1) 마스다르 시티 완공의 예상 총 소요비용은 220억 달러이며 그중 40억 달러는 정부투자로, 180억 달러는 해외투자 유치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참고도서
  • - 임은모, ≪탄소제로 도시, 마스다르의 도전≫, 이담, 2009.
  • - 마스다르 공식홈페이지 http://www.masdarcity.ae